다시 운동장으로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을 보았습니다.
드라마에는 '교권보호국'이라는 조직이 등장합니다.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드라마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스포츠 현장에는 누가 선수를 보호하고 있을까?

FCA 한국의 사역자 대부분은 운동선수 출신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놀라곤 합니다.
폭언, 욕설, 인격 모독, 폭력, ...
운동선수라면 한 번쯤은 겪는 일이었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운동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일이어야 하는데,
왜 선수들의 기억 속에는 상처가 먼저 남아 있을까?
왜 꿈을 꾸었던 장소가
두려움을 배우는 장소가 되어 버렸을까?
한 소녀가 포기한 꿈
박찬미 사역자의 스토리가 담긴, 유튜브 영상
박찬미 사역자도 그런 선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어릴 적 그녀의 꿈은 축구선수였습니다.
축구가 좋았고, 운동장에서 뛰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진학했고,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마주한 현실은 달랐습니다.
선배 선수들이 맞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어린 소녀에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두려움 때문에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꿈을 향해 들어갔던 운동장에서
오히려 꿈을 내려놓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과연 이것이 박찬미 사역자 한 사람의 이야기일까?
어쩌면 이것은 오랫동안 한국 여자축구가 가지고 있던 아픔의 한 장면은 아닐까?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그 상처의 현장에 다시 한 사람을 보내신다면 어떨까?
겨우 5%의 세상
사실 한국 여자축구의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현재 등록된 여자축구 선수는
약 4,000에서 5,000 명 수준입니다.
남자 선수 규모와 비교하면 5~7%에 불과합니다.
선수층은 작고,
구단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습니다.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끝없는 이동이 필요합니다.
몇 시간을 운전해 한 팀을 만나고,
다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선수를 만나는 일이 반복됩니다.
사역의 효율만 생각한다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마음 주신 현장이기에
우리는 이 사역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더 넓은 무대, AFC 아시안컵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여자축구 현장에
사역자를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더 넓은 비전을 보여주실 때
더 큰 사역이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박찬미 사역자를 지원하면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사역자는 자신이 본 만큼 꿈꾸고,
경험한 만큼 비전을 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박찬미 사역자가
국제 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AFC 아시안컵을 경험하게 되었고,
올해도 다시 그 기회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선수들을 만나고,
각 나라의 스포츠 사역자들을 만나고,
아시아 여자축구의 흐름을 직접 보며
하나님께서 스포츠 현장에서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지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왜 사역자에게 그런 경험이 필요한가"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합니다.
한국 여자축구를 섬길 사람이라면
한국만 봐서는 안 됩니다.
더 큰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넓은 비전을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비전은 다시
한국 여자축구 선수들을 섬기는 힘이 됩니다.
우리는 지원할 뿐입니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놀라웠던 일은 따로 있었습니다.
박찬미 사역자가 FCA에 합류한 지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동안
한국 여자축구 8개 구단 가운데
무려 5개 구단에서 사역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말씀을 듣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고민하며,
복음의 공동체를 세워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많은 일을 한 것이 없습니다.
그저 좋은 사역자가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뒤에서 밀어주었을 뿐입니다.
진짜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뛰고 있는 사람은
박찬미 사역자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사역자가 지치지 않도록 돕고,
길이 열릴 수 있도록 밀어주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역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그 운동장으로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합니다.
어린 시절의 박찬미 선수는
무서워서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했던 소녀였습니다.
축구 현장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그곳을 떠나야 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녀를 다시 그 자리로 보내셨습니다.
이번에는 선수가 아니라 사역자로
상처를 받은 사람으로가 아니라
상처를 회복시키는 사람으로
어릴 적 그녀가 두려움 때문에 떠났던 그 운동장에
이제는 성경책을 들고 다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 선수들과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 있습니다.

어쩌면 한국 여자축구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한 명의 상처받은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회복되어
다른 사람들을 회복시키는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박찬미 사역자를 믿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박찬미 사역자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과거에는 눈물로 떠났던 그 운동장에서
하나님께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계심을 믿습니다.
- Steve Ko